세컨드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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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루한 아파트 대신 컨테이너에서 살아볼까?
이름 스타일러 주부생활

컨테이너가 우리의 스위트 홈이 된다고?

랄 일이 아니다. 건축가의 손길을 거친 컨테이너 하우스는 자연 친화적이고 디자인적이며, 가격도 저렴하다. 심지어 당신을 원하는 장소로 데려다준다.


노마드 라이프를 실현해주는 컨테이너
산꼭대기 위에 나만의 케렌시아(스트레스와 피로를 풀며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 또는 그러한 공간을 찾는 경향)를 짓는 일. 그런 환상이 진짜로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은 우연히 본 사진 덕분이다. 자동차 화물칸에 작은 컨테이너 집을 싣고 산꼭대기로 오르는 장면. 건축가들은 절벽 어디쯤 그 집을 내려놓고 지는 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체코와 비엔나에서 활동하는 건축 집단 아르티쿨(Artikul architects, www.artikul.eu) 프로젝트 ‘House on the Move’다.

컨테이너 소재를 이용해 ‘최소한의 건축’, ‘마이크로 리빙’ 을 주제로 다양한 집을 보여주는 건축 집단 아르티쿨의 작품.

그들은 화물 컨테이너를 이용해 그림책에나 나올 법한 세모 지붕의 집을 만들고, 컨테이너의 장점을 살려 바닷가, 절벽 위, 숲속 어디든지 원하는 대로 옮기며 살아가는 노마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해상용 화물 컨테이너(기본 폭 2.4m×높이 2.9m×길이 12m, 작은 것은 길이 6m) 안에는 부엌, 화장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여러 채를 쌓아 올려 더욱 여유 있는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컨테이너 하우스가 다시 수면 위로 등장한 것은 최근 ‘최소한의 건축’, ‘마이크로 리빙’ 등이 화두가 되면서부터다. 간결한 삶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면적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건축가들은 센티미터 단위로 정밀히 계산해 효율적인 집을 고민한다.

출처 무지 홈페이지

무인양품이 올해부터 판매하는 ‘오두막’이 좋은 예다. 이미 기둥이 없는 박스 형태의 집을 제안하고 있는 무인양품이 도쿄 유라쿠초 1층에 오두막을 디스플레이한 것은 요즘 사람들에게 나만의 케렌시아가 절실하다는 것을 상징한다. 최근 건축가들의 컨테이너 하우스에도 이런 위안과 안식이 스며 있다.


세계 각국 컨테이너의 진화
우선 해외 사례부터 살펴보자. “캐나다 알버트 지역 내 어떤 곳에라도 건물을 지을 수 있다!”라고 이메일로 소개를 보내온 디자이너 그룹 호노모보(Honomobo, www.honomobo.com)는 원하는 크기, 구조에 따라 컨테이너를 선택할 수 있는 사례를 보여준다.

디자이너 그룹 호노모보가 제안하는 HO5+모델.

야외 건축물과 관련한 법 조항에 융통성 있는 캐나다에서는 꽤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침실 세 개로 구성된 HO5+ 모델. 4인 가족의 별장으로 쓰기에 적당한 규모로 빌트인 주방과 욕실은 물론 내부에 창고도 있다. 원한다면 2층으로 올려 야외 발코니까지 만들 수 있다. “컨테이너는 건물을 쉽게 지을 수 없는 척박한 지형에서 좋은 대안이 됩니다. 정해진 디자인에 따라 모듈식으로 지을 수 있으니 구입부터 완성까지 빠르게 진행되죠.” 호노모보가 전하는 컨테이너의 장점이다.


건축가 제임스 화이테커가 미국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내에 지은 컨테이너 레지던시.

영국 런던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건축가이자 사진가 제임스 화이테커(James Whitaker, www.whitakerstudio.co.uk)가 미국 캘리포니아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내에 지은 컨테이너 하우스는 마치 사막 위에 떨어진 우주선 같은 모습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내에 지은 컨테이너 하우스는 마치 사막 위에 떨어진 우주선 같은 모습이다.

건축가 제임스 화이테커가 미국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내에 지은 컨테이너 레지던시.

독특하게도 컨테이너를 수직으로 세워 디자인했다. 게다가 화이트 컬러로 마감해 더욱 미니멀해 보인다. 문에 투명 유리를 달아 최대한 빛을 안으로 끌어들이기까지. 침실 밖으로 보이는 황량한 사막이 마치 화성에 온 듯한 묘한 기분을 들게 한다.


미국 미주리주의 세인트찰스에 자리한 아티스트 부부 재크와 브리 스미데이(Zach and Brie Smithey, www.facebook.com/smitheycontainerhome)의 집도 흥미로운 사례다. 외관은 일반 주택처럼 꾸몄다. 컨테이너라는 아이덴티티를 숨긴 셈이다.

@smitheycontainerhome, 출처 Smithey Container Home 페이스북

“1년에 걸쳐 세계 각국에서 컨테이너 65개를 모았어요. 컨테이너 한 개당 지불한 금액은 2000달러. 총비용은 13만5000달러(한화 약 1억5000만원)였죠. 평생 내야 하는 모기지 비용의 극히 일부였지만 사는 재미는 평생 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컨테이너 하우스가 얼마나 예술적으로 변신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smitheycontainerhome, 출처 Smithey Container Home 페이스북

부부는 집을 완성한 후 오픈 하우스 파티를 열었다. 이웃 사람들은 남편인 재크의 작품으로 꾸민 바닷가 별장 같은 내부를 보고 탄성을 질렀다. 부부는 컨테이너마다 다른 테마로 꾸몄다. 어떤 곳은 앤티크 우드로 전체를 마감했는데, 이런 강한 개성 덕분에 컨테이너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잊게 된다. 부부는 페이스북으로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5월 20일에 오픈 파티를 합니다. 우리 집으로 놀러 오세요!”


건축가 토드 밀러는 호주 브리즈번에 지은 집은 컨테이너 31개를 이용해 하나의 건물을 만들었다.

그라피티가 전면에 그려져 있는, 건축가 토드 밀러(Todd Miller, www.zieglerbuild.com)가 호주 브즈번에 지은 집은 컨테이너 31개를 이용해서 만든 것. 규모가 작다는 컨테이너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그는 컨테이너를 위로 쌓고 옆으로 늘린 후 벽을 뜨는 방식으로 내부가 좁다는 편견을 불식시켰다. 야외에는 수영장까지 있다.


규모의 대반전은 몬타나 리빙스톤에서 건축가이자 아티스트인 티 켈리(Ty Kelly, www.larangostudio.com)가 짓고 꾸민 집도 만만치 않다. 

건축가이자 아티스트인 티 켈리는 컨테이너 한쪽 면을 통창으로 개조해 바깥 풍경을 집 안에 들여 놓았다.

컨테이너 두 개를 나란히 연결해 만든 집 안에는 침실, 욕조, 부엌 등을 다 갖췄는데, 한쪽 면이 모두 유리다. 즉, 시시각각 변하는 야외 풍경을 24시간 볼 수 있다는 것. 끝이 보이지 않는 야생 초원을 껴안고 있으니 어찌 집이 좁다고 불평할까.


국내 컨테이너 건축의 현주소
그렇다면 국내 사정은 어떨까? 앞서 본 해외 사례처럼 국내에도 커먼그라운드, 언더스탠드애비뉴, 플랫폼창동61 등 상업 공간에 이어 제주 쭈욱게스트하우스, 큐브게스트하우스 등 숙박 시설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는 컨테이너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커먼그라운드에 이어 가평에 컨테이너 호텔을 지은 얼반테이너 백지원 대표는 “컨테이너 건축은 국내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구조와 규모로 융통성 있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컨테이너 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컨테이너 건축물은 땅을 가지지 않아도 대지를 임대해 그 위에 집을 짓고, 임대 기간이 끝난 뒤에는 그대로 다른 곳으로 옮겨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컨테이너는 공장에서 미리 만든 후 현장에서 조립만 하기 때문에 건축 기간이나 인력 소비가 줄고, 이로써 가격 경쟁력도 있다는 이야기. 청년 대안 주거 공간으로 왕왕 컨테이너 하우스가 회자되는 이유다.

생각나무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 강주형 대표가 작업한 전남 영암의 네모 하우스.

(주)생각나무파트너스건축사사무소(www.thinktr.com) 강주형 건축가도 컨테이너 하우스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 5년 사이 문의자가 10배나 늘었다. 주로 도심을 떠나 야외에 집 한 채 공간을 더 가지고 싶어 하는 이들이다. 최근에 가장 놀란 것은 돈과 시간이 부족해서 컨테이너를 택하는 것이 아닌, 컨테이너 디자인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강주형 건축가는 영암, 거제도, 춘천 등 도심과 떨어진 곳에 위안과 안식을 주는 많은 컨테이너 하우스를 지었다. “컨테이너가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덥고, 소음 차단이 잘 안 된다는 이야기는 잊어버리세요. 콘크리트 대신 컨테이너를 구조재로 쓰는 것일 뿐 단열재, 내장재, 마감재 등은 일반 건축물처럼 좋은 품질을 써야 하죠. 또한 농가에서 헛간을 짓기 위해 사용하던 컨테이너와 달리 해상 운송 컨테이너는 바닷물과 해풍에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도장되어 있습니다. 이런 컨테이너를 사용하면 건물의 수명이 달라지죠.”  

컨테이너 3개를 이용해 4인 가족이 살 수 있는 아담한 집을 만들었다.

그가 가장 인상적으로 꼽은 본인의 작업은 전남 영암에 지은 네모 하우스다. 별장이나 세컨드 하우스가 아닌 상시 주택으로 쓸 예정이었고, 건축주가 결혼 10주년을 기념해 아파트에서 전원 생활로 이동하기 위한 집이라 여러 모로 의미가 깊었다. 건축주가 원한 것은 30평 규모의 4인이 살 수 있는 집.

2개의 컨테이너 사이를 벌려 1층 공간을 넓혔다.

그는 컨테이너 두 개 사이의 틈을 벌려 공간을 만들고 그 위에 컨테이너 하나를 올려 부엌, 큰방, 작은방이 딸린 이층집을 완성했다. 2층 방은 폭 2.4m의 작은 규모지만 담고 있는 세상은 크다. 마주하는 산의 사계절이 훤히 펼쳐지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하우스 잡학 사전

Q. 일반 건물과 별 차이가 없을까?
차이가 없다. 일반 건축물은 인테리어 구조를 변경하는 데 많은 제약이 따르지만, 컨테이너 하우스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규모를 넓히거나 구조를 쉽게 변경할 수 있다.

Q. 법적 철차는?
최근에는 농막 설치 규제가 완화되어 컨테이너 내에 전기, 수도, 가스 등을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주거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데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 컨테이너의 크기에 따라 인가나 허가 사항이 다르지만 컨테이너 하우스 전문 업체에서 맡기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Q.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할까?
외벽과 내벽 사이에 공간을 만들고 좋은 단열재를 쓰는 등 기술, 자재를 일반 건축물과 동일하게 사용한다면 걱정할 일이 없다. 컨테이너 사용으로 절약한 건축 비용을 단열, 소음 차단 등의 다른 자재 비용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Q. 화재에 취약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올바른 단열재 선택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유효기간이 있을까? 딱히 유효기간은 없다. 경험으로 말하면 20년 정도는 거뜬하다. 유지·관리만 잘하면 더 오래갈 수 있다.

Q. 가격은 저렴한가?
건물의 골격을 컨테이너가 제공하는 만큼 자재비를 절약하는 셈이다. 일반 건축물에 비해 20% 절감된다.
                                                                                                              by 생각나무파트너스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 강주형


ㄱ,ㄴ,ㄷ 등 한글 자음에서 영감받아 만든 생각나무파트너스건축사사무소의 춘천 주택.

“컨테이너의 이동성, 무한한 확장성을 장점으로 보고 투자 가치가 있는 집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컨테이너 하우스를 잘 이해하는 디자이너가 필요하고, 서로 소통하며 컨테이너 하우스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죠.” 또한 컨테이너 하우스는 유기체처럼 살아 있는 집이다. 가족이 늘어나면 컨테이너 한 동을 붙여 공간을 늘리고, 자식들이 모두 분가하면 노년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도록 더욱 짜임새 있는 동선으로 구조를 변경할 수도 있다.

컨테이너 위에 발코니를 만들어 거제 앞 바다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꾸민 거제 주택. 컨테이너 한쪽 면을 통창으로 교체해 멋진 야외 풍경을 집 안으로 들일 수 있다.

여름에는 바다를 바라보다, 겨울에는 산을 바라보게끔 집의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생각하는 집의 개념이 달라졌어요. 머무는 곳이 바로 집이죠. 에어비앤비처럼 세계 각국에 본인의 집을 두고 살고 싶어 하잖아요? 그런 가벼운 집을 필요로 한다면 컨테이너 하우스가 좋은 답이 될 수 있어요. 내 집을 갖는다는 것. 이제 환상과 망상의 이야기만은 아니겠죠?” <뉴욕타임스>의 건축 블로거 앨리슨 아리프는 ‘컨테이너는 21세기의 벽돌과 같다’고 표현했다. 컨테이너 하우스의 투자 가치가 어떠한지에 대해 떠들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내가 살고 싶은 곳은 어디쯤인가요?’라는 질문에 답하면 된다.


container hotel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이포, 페낭에 자리한 컨테이너 호텔(chgworld.com)은 일반 호텔처럼 스위트룸도 있다. 가격은 1박에 3만5000원 정도로 무척 저렴하다. 앙증맞은 크기의 호텔이 많은 일본은 컨테이너 호텔 사업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나라다.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일본 요코하마 베이 사이드 마리나 호텔.

요코하마 항만에 자리한 베이 사이드 마리나 호텔(www.baysidemarinahotel.jp)은 컨테이너의 의미를 매우 잘 살린 예다. 이곳에는 오션 뷰가 따로 없다. 컨테이너를 층층이 쌓고 통창을 달아 침대에 누워 넘실대는 바다를 무한정 바라볼 수 있다.

체코에 위치한 친환경 건축물 서프 컨테인 호텔.

건축 집단 아르티쿨이 체코 리토메르지체에 세운 서프 컨테인 호텔(www.artikul.eu/contejner-hotel)도 눈여겨볼 만하다. 레고 블록을 쌓듯 블루 컬러의 컨테이너 여러 채를 쌓아 만들었는데, 내외부를 나무 소재로 마감하고 정수 시설을 갖춰 친환경적인 면을 강조한 착한 호텔이다. 그런가 하면 노르웨이에 있는 스칸딕 호텔(www.scandiccontainer.fi/en)은 이동형 호텔이다. 웹사이트는 “당신이 꿈꾸는 여행지가 있습니까?(Do you have a dream destination?)”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들은 내가 원하는 장소에 호텔 객실을 가져다 놓는다. 컨테이너 박스(2mx8m)로 구성된 한 채에는 호텔 침구를 갖춘 침대와 욕실, 주방, 테라스 등이 있고 심지어 와이파이 서비스, 아침 식사 서비스도 가능하다. 자전거 두 대는 덤이다. 하루 숙박 가격은 40만원 정도.


Editor 계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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