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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원생활 이야기 / 정태순 도서출판 한솜(한꼭지)
이름 관리자

소박한 것에서 기쁨을 찾았네 !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라.

당신 안에 당신의 마음 속에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 우스

 

전원생활은 단순하고 단조로운 생활 패턴 때문에 금방 권태가 엄

습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전원에서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별로

의미 없고 자질구레하게만 보였던 일상사들이 귀하게 느껴지고 순간

순간이 소중하기 짝이 없이 다가선다. 작게 생각되었던 일과 작게 보

이던 것들이 전원에서는 크게 생각되고 크게 보이기 시작한다. 예전

에는 작은 일에도 쉽게 흥분하고 안달했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어

느 사이엔가 차분해진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어떠한 자연의 변덕

에도 동요하지 않고 묵묵히 순응하는 산과 들과 수목들로부터 아

무래도 감화된 것 같다.

 

자연은 인간이 그 속에 가만히 있기만 해도 인간의 마음을 정하시

켜주는 자유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전에는 정말 귀찮고 하

잖게 여겼던 일도 즐겁게 하게 된다. 마당에 쌓여있는 낙엽 쓰레기들

치우는 일도, 꽃나무나 화초에서 죽은 가지를 줄기 하나씩 따주

는일도 구석진 곳에서 이름 모를 야생초 한송이를 발견하는 일도

잡초를 하루 종일 뽑아내는 일도, 그리고 흙더미어서 돌을 골라내는

일도 모두가 소중하고, 놓치기 싫은 순간들로 여겨진다.

 

전원에서는 이처럼 소박하고 평범한 것들로부터 의미 있는 그 무엇

을 발견하게 된다. 길가에 피어난 들꽃 한 송이가 행복으로 다가선다.

늘 들었던 바이올린 선율이 새롭게 들려 온다. 그리고 세상이 알아주

지 않는 이름 모를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또는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

들의 구수한 이야기 속에서 깊고 정겨운 인생의 맛을 찾아내게 된다.

그리고 무위도식하는 사람처럼 창밖의 풍경을 한없이 바라보고 있기

만 해도 그 순간이 성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기에 전원에서는 지겹다는 언어를 사용할 틈이 없다. '권태나

-스트레스라는 언어는 원래 도시에서 생겨난 말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쨌든 전원의 삶에서 나의 정신적 연령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듯

마음이 편하다 도시에서는 무엇이든 대단한 사건이어야 했고 쇼킹한

화제여야 했다. 무언가 목적의식에 뚜렷이 부합되지 않으면 심드렁하

게 콧방귀를 뀌곤 했다. 그야말로 특별한 의미를 추구하는 척했다 무

엇이든지 신선한 충격을 찾았다 보람이니 성취감이니 하는 말을 남

용했었다 이제 전원에서 생활하게 되니 지난날들의 모든 일들이 광분

했던 젊은 시절의 에너지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내마음에는 이제 봄의 새싹이 움트고가을의 낙엽이 고요히 내리

고있다 새싹 하나 하나 낙엽 한 잎 한 잎의 의미도 음미할 줄 알게

되었다 노년의 어머니께서 "사람 속은 안 늙는다 안 늙어!"라고 말씀

하신 적이 있다. 늙는다는 표현을 바꾸어 익어간다는 표현은 어떨까?

무르익어가는 연륜, 젊음의 피 끓는 심장이 아니라 잔잔한 감동이 함

께하는 순간들로 채워지는 연륜 말이다.

 

소박한 삶의 보답해 주는 몇 가지 선물은 천기에 나타나는

자연력을 한없이 체험하고, 상쾌한 공기와 물을 맛보고, 아침저녁 산

책으로 심기일전하고,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감동하고, 그리고 봄날

의 새 둥지와 야생화를 보고 마음이 고양되는 그런 것들이라고 누군

가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인생이 누릴 수 있는 최상 의 삶 중에 이것

외에는 다른 무엇이 있을까?

 

어느 날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소박하지만 따뜻한 시를 만났다

그레이스 크로웰(Grace Crowell)이란 분의 시다 그분에 대해 아는

것은 따로 없다. 그러나 전원생활에 취해 사는 나의 마음에 꼭 와닿

는 내용의 시라서 옮겨 보았다.

 

 

나는 소박한 것들에서 기쁨을 찾았네

검소하고 정결한 방 개암색의 빵 한 덩이,

한 잔의 우유 물이 끓으며 노래하는 주전자

내머리를 보호해 주는 집 천장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노란 태양 빛,

그리고 꽃잎 박힌 반짝이는 마룻바닥 위에서

나는 나의 조용한 나날을 채워 주는 것들에서 기쁨을 찾았네

우아하게 바람에 흔들거리는 커트

 

창가에 놓여 자라나는 식물에서

산뜻하게 잘려져 화병에 꽂힌 장미

청결하게 치워진 식탁

의자 옆에 놓여진 등잔

그리고 내 곁에 놓인 내가 오랫동안 사랑해 왔던 책들 속에서

나는 빠져 달아나기 쉬운 열병과도 같은 즐거움을 찾아서

먼 곳을 헤메이는 모든 여인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기쁨을 발견했네

그 크나큰 기쁨은 우리의 보금자리인 가정 속에서

너무나 가까이 있는 것들이라네

그것들은 우리와 더불어 오래오래 함께 하여온

긴요한 것들이며

그들은 결코 하찮은 것들은 아니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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