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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의 `바르비종` 으로…양평의 대변신
이름 한국경제
현장리포트 - 인구 10만 郡에 예술인 1000여명 둥지

예총 회원만 560여명 몰려…청계리엔 '화가마을' 들어서…박물관·갤러리 개관 잇따라
2년새 8000여명 인구 유입…부동산 값도 강세

< '바르비종' : 파리 근교 예술가 마을 >

시민들이 1일 자전거를 타고 양평군립미술관 앞을 지나가고 있다. 개관 1년 만에 연간 관람객 10만명을 넘어선 양평군립미술관은 지역 예술인들이 소통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양평군립미술관 제공


1일 오후, 중앙선 전철 국수역에서 3㎞ 남짓 떨어진 경기 양평 청계리. 한적한 농촌 주택들을 지나 청계산(靑鷄山) 방향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제각각 개성을 뽐내는 전원주택 50여채가 보였다. 화가 유민자 씨(70)의 집을 중심으로 꽤 이름이 알려진 화가 2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화가 마을’이다. 유씨는 1998년 서울 방배동을 떠나 이곳에 자리잡았다. 그는 “서울은 땅값이 비싸 작업실과 작품 보관실을 따로 마련하기 힘들었고, 무엇보다 조용히 작품 활동을 할 수 없어 양평으로 이사왔다”고 말했다.

중견 동양화가인 유씨가 이곳에 자리잡자 후배 화가들도 그를 따라 이곳에 모여 들면서 화가 마을이 형성됐다. 인근 수능면에 터를 잡은 시인 황명걸 씨(77)는 “예술인들은 서로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공간이 필요한데, 1960~1970년대에 인사동이나 명동이 있었다면 지금은 양평에서 예술인들이 만남의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평군이 거대한 예술인촌으로 변모하고 있다. 일부에선 프랑스 파리 근교 예술가들이 모여살던 시골마을 바르비종에 빗대 ‘한국의 바르비종’으로 부르기도 한다. 양평군에 소속된 한국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예총) 회원만 560여명. 시인 최하림·황명걸, 화가 유민자, 거문고 명인 이세환, 조각가 정관모, 영화배우 감우성·이영애 등 각 분야의 예술인들이 양평에 둥지를 틀었다.

이철순 양평군립미술관장은 “서울을 제외하고 시·군 단위에선 양평에 예술인들이 가장 많이 산다”며 “예총에 가입하지 않은 채 활동하는 예술인들까지 합하면 1000여명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직장인, 전문직들 가운데도 예술가들의 양평행에 함께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 당 대표를 거쳤던 한 정치인이 양평읍에 전원주택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평에는 최근 2년 새 8000여명의 인구가 유입돼 전국 군단위 중 인구 증가율 4위를 기록했다.

군내 곳곳에 예술인들이 자리잡은 양평은 파주 헤이리 예술 마을과 닮았으면서도 차이점도 분명하다. 헤이리 예술마을이 처음부터 예술가들을 위해 의도적으로 조성된 반면 양평은 보다 나은 창작 환경을 찾아 자발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주한 예술가들이 대부분이다.

양평이 예술가들의 선호지역이 된 이유는 서울보다 적은 비용으로 넉넉한 창작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데다 서울과 가깝고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최근 중앙선 복선전철과 서울~춘천 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에 1시간이면 닿는다.

예술인들이 모여 들자 박물관이나 미술관 개장도 잇따르고 있다. 박물관·미술관이 최근 2년 새 4곳이 더 생겨 지금은 모두 12곳이다. 박물관 관람객도 2011년 20만명에서 2012년엔 36만명으로 80%가량 늘었다. 최영미 양평군청 문화관광과 주무관은 “개인 갤러리까지 합한다면 군내에 수십개의 박물관과 화랑이 있어 웬만한 대도시보다 문화시설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예술인이 늘자 학교환경도 덩달아 좋아졌다. 폐교 위기까지 갔던 용문면 조현초등학교는 자연 친화적인 창의 교육을 앞세워 5년 새 학생 수가 2.5배로 늘었다. 양서고등학교는 대도시 명문 학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자연히 인근 지역에 비해 부동산 값도 강세다. 유대근 명품공인중개사 대표는 “서울과 가깝고 남한강이 보이는 서종면, 양서면에 있는 10억원 이상의 고급 주택들 수요가 꾸준하다”며 “최근에는 강남·잠실 등지로 출근하는 30~40대 가운데 전원주택을 찾는 이도 늘어 중소형 전원주택 거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양평=김우섭/박상익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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